사과하라 경향

노대통령이 돌아가신지 벌써 이주일 가까이 되었다. 장례가 끝나자 예상했던 바로 그대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건 니 책임이다. 내 책임은 아니다. 고인을 모욕했다. 고인을 모욕했다는 말로 고인을 모욕하지 마라.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는데 산 자들의 말만 무책임하게 세상을 떠돈다. 급기야는 이런 사람까지 등장했다. 고인에 대한 모욕도 이쯤되면 막가자는거지요?

막말과 책임회피가 난무하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경향의 책임을 묻고싶다. 지금 사태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뇌물수수를 했냐 안했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확실히 입증되지도 않은 사안을 언론에 흘렸고, 언론은 그걸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핵심이다.

근거없는 사실을 흘린 검찰과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언론사 덕에 노무현 대통령은 '받아먹은 놈' '똑같은 놈' '허풍쟁이'가 되어있었고 그가 예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조선 600년 이래로 권력에 아부하는 자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고 아이들이 부당한 자에게 머리 조아리지 않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이야기는 공염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과연 노무현은 그런 주장을 못할 만큼 썩어빠진 사람이었던가? 5년간 대통령 특별 교부금 6조를 공적인 일을 위해 사용하던 사람이 고작 600만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을 했을까?

초등학생같은 받아쓰기 보도가 이 사태를 불러온 핵심이다.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니까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도 조,중,동이 그렇게 쓴 것에 그렇게까지 심각한 심적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지난 5년간도 쭉 그래왔으니까. 근거없는 헐뜯기에만 열중해 왔으니까.

하지만 경향은 다르다. 경향은 그래서는 안됐다. 아무리 검찰이 흘린 정보가 흥미진진했고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듣고싶어 하는 뉴스였어도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써서는 안됐다. 확실히 밝혀지지도 않은 사실을 사실인양 기사로 옮겨서는 안됐다. 하지만 경향은 받아쓰기에 급급했었고 연일 노무현 뉴스를 다루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동안 바른 말을 해오던 경향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뭔가를 받은 것처럼 쓴 순간 그것은 이미 사실이 되버렸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결백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죽음으로 말했다.

경향의 책임이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있는 일에 사과를 하는 것이 정론지가 할일이다. 사과해야 한다. 만평을 쓴 김용민 화백은 사과했다. 하지만 만평이란 정론지가 사과할 곳은 아니다. 만일 경향이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설로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경향에서는 언론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울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건 사과가 아니다. 이건 회피다.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일본의 우익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건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책임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정론지가 갈길이다. 그것이 경향이 조중동과 다른 점이고 내가 그리고 우리가 경향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제발 조중동과 다른 모습 보여주기 바란다. 제발 우선 사과부터 해라. 제발 경향을 계속 지지하게 해줘라.

by intuition | 2009/06/04 11:41 | 세상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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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사라져가는 작은것들 at 2009/06/05 05:00

제목 : 경향의 사과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잠시 어느 초등학교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 옛날에, 어느 부자동네에 한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강건너 살고 있는 가난한 집 아이들도 이 학교에 몇몇 다니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자동네에 사는 부잣집 어린이들이 이 학교의 학생들이었습니다. 부잣집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부잣집 어린아이가 반장이 되는것이 보통이었으나 어느학기엔가, 가난한 학생중에 똑똑하고 심성이 고운 한 학생이 반장이 되었습니다. 반장은 언제나 학급의 모든 학생들-가......more

Commented by streaming at 2009/06/04 11:46
공갑합니다...자성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사과를 한다고 해도 그게 다른 언론사의 먹이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 외곡된 해석 확산으로..피해가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Commented by intuition at 2009/06/04 16:57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정론이란 말하기 어려운 상황일때 말하는 것이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면 백퍼센트 불리해질 것을 안다고 해도 할말을 하는것이 정론이겠지요. 전 경향이 정론지라고 믿(고싶)습니다. 이용당하는 것이 두려워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한다면 정론지라 불릴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choosen at 2009/06/04 21:32
경향은 언론으로서 공정성을 잃었던 부분에 대해 사죄하는 반성문을 남긴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영결식날 공짜로 다음날짜 신문을 시청앞에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배포도 했습니다.
Commented by intuition at 2009/06/04 22:55
그런게 있었나요? 혹시 링크라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경향신문다니는 기자분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잘모르겠다고 하네요
Commented by choosen at 2009/06/04 23:12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4038 이게 참고가 되실랑가 모르겠네요. 저는 이걸보고 경향이 반성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제 판단이 맞길 바랍니다.^^ 수고하세요~
Commented by intuition at 2009/06/05 09:45
물론 choosen님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고 충분히 인정하고 덧붙입니다. 만평은 신문사가 공식적 의견을 얘기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회적으로 의견을 얘기하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신문사가 사설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풍자 등을 통해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이구요. 신문의 공식적인 의견을 말하는 곳은 결국 사설입니다. 그런데 사설에는 글에 말씀드렸다시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양태 때문에 자살했고, 그것에 책임이 있다면 그리고 그 언론이 조중동이 아니라 경향이라면 남들도 그랬지만 나도 그래서 유감이다 라는 식의 사과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써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제가 경향신문 구독운동까지 주변에서 펼쳐가며 경향을 응원하는 이유이니까요.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주먹밥 at 2009/06/05 05:02
역시 Intuition님은 공정함과 정론을 관점으로 보셨군요. 그런면에서는 아직 경향에 애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으신거겠죠.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저는 개인으로서의 노무현의 비극에 촛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 경향을 용서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intuition at 2009/06/05 09:47
네 저도 감정적으로는 주먹밥님의 상태에 훨씬 가깝습니다. "대한민국 신문 다 족구하라 그래"가 제 감정적인 상태입니다만, 이를 악물고 이런 의견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그것을 더 기뻐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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